오랜만에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급하게 컴퓨터를 켰다. 수업 의도는 아래와 같다.
[수업 의도]
- 명제, 조건을 형식적으로만 배우지 않고 맥락 속에서 이해하게 하자.
- 수학적 역량이 부족한 학생들도 쉽게 참여하게 하자.
- 독서와 연계하도록 하자.
- 명제, 조건의 필요성을 이해하게 하자.
이 수업은 명제, 조건의 뜻을 배우고 간단한 예제를 푼 후 바로 하면 좋을 수업인데, 바로 “책 속에서 명제(조건) 찾기”이다.
[교육과정]
- 성취기준 : [10수학03-04] 명제와 조건을 뜻을 알고, ‘모든’, ‘어떤’을 포함한 명제를 이해한다.
- 교수학습방법및유의사항 : 명제와 조건의 뜻은 수학적인 문장을 이해하는 수준에서 간단히 다룬다.
사실 교수학습방법 및 유의사항은 수업 계획 때는 찾아보지 않았고 수업한 지 2년이 지난 지금 포스팅을 위해 찾아 보게 되었다.
[수업 활동]
학습지를 아래와 같이 만들었다.



[실제 수업 결과]
1번 문항.
이 수업은 도서관에서 하였다. 1번 문항은 나의 의도대로 학생들이 쉽게 따라왔다. 책을 음미하면서 의미 있는 구절을 꼽아 정성스럽게 적는 모습에서 정서에도 도움이 되는 것을 보았고 수학을 잘 하지 못하는 학생도 흥미를 갖고 몰입하는 모습이 기특했다. 아래는 실제 결과이다.


학생들에게 쉼을 주고 싶다는 이유로 활동 결과물을 따로 걷지 않고 자율 제출에 맡겼더니 결과물이 거의 없다..ㅠ
2번 문항.
2번 문항은 내 예상대로 학생들이 꽤 헤맸다. 도서관의 책들, 특히 문학 작품에는 ‘조건’에 해당하는 문장이 거의 없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2번 문항은 쉽지 않을 거라고 미리 안내했고, 수학 책에서 찾는 게 빠를 것이라는 조언도 했고, 문항에도 있다시피 ‘직접 만드는’ 것을 허용했다. 아래는 학생이 조건을 직접 만든 것 같다.

[수업 후]
학생들이 책을 보게 만드는 것은 교사로서 정말 뿌듯하고 보람된 순간 중 하나이다. 도서관에 데려갔는데 학생들이 자지 않고 정말로 책을 볼 때, 별 것 아닌데 정말 큰 성취를 해 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학생들에게 따로 느낀점을 받지는 않았지만 직접 물어본 결과,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대답하는 학생이 다수 있어서 독서와 연계하고자 하는 수업 의도는 달성한 것 같다. 또한, 수업 중간 중간에 책을 들고 와서 이건 명제가 맞냐, 아니냐 물어보는 학생들도 많았는데 그 중에는 평소 수학 수업에 잘 참여하지 않는 학생도 다수 있었기 때문에 수학에 흥미 없는 학생들에게도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명제, 조건의 필요성을 이해하도록 하고자 했던 수업 목표는 달성하지 못한 것 같다. 학습지를 자유롭게 작성하게 하고 멈출 것이 아니라 교실로 돌아와서 결과를 공유하고, 그래서 왜 명제나 조건이 필요한지 한번 정리를 해 주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수업 후 2년이 지나서 생각해 보면, 명제, 조건의 뜻을 도서관에서 한 시간짜리 수업으로 한 것이 조금 부적절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했어도 20분 정도로 그쳤어야 했다. 교육과정에도 명제, 조건의 뜻은 수학적 문장을 이해하는 간단한 정도로 다루고 실제로 맥락 속에서 도입하는 것은 ‘모든’과 ‘어떤’을 포함하는 명제에서 다루도록 권하고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조금 시간 낭비한 측면이 없지 않아 있다. 이 수업은 수학 부진 학생이 유난히 많은 학교에서만(심화과정을 잘 다루지 않아 시간적 여유가 많은 학교에서만) 시도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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