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수학을 시작하는 학생들에게

시작하며

새로운 시작의 설렘 속에 고등학교 생활을 준비하고 있을 여러분, 반갑습니다.

중학교라는 긴 터널을 무사히 지나 이제 고등학교라는 더 넓은 세상 앞에 선 여러분의 모습이 참으로 대견합니다. 하지만 새로운 환경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부쩍 어려워질 공부에 대한 걱정도 마음 한편에 자리 잡고 있을 것입니다. 특히 ‘수학’은 많은 학생이 가장 먼저 겁을 먹고, 또 가장 큰 부담을 느끼는 과목이기도 하지요.

선생님은 오늘 여러분에게 단순히 ‘열심히 하라’는 식의 뻔한 응원을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공부를 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아 답답해하는 학생들을 곁에서 지켜보며, 무엇이 그들을 힘들게 하는지 오랫동안 고민해 왔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고등학교 수학은 중학교 때와는 그 본질부터가 완전히 다릅니다. 이 차이를 모른 채 중학교 때의 습관대로만 공부한다면, 아무리 많은 시간을 쏟아부어도 제자리를 맴도는 기분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여러분의 고등학교 3년이 막막한 방황이 아닌, 탄탄한 성장의 시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씁니다. 여러분이 마주한 고교 수학의 진짜 얼굴은 무엇인지, 그리고 이 거대한 산을 넘기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선생님의 진솔한 경험을 담아 들려주려 합니다.

고등학교 수학은 중학교 수학과 다릅니다.

초등학교 수학은 눈에 보이고 손으로 만져지는 구체적인 대상을 다룹니다. 사과 2개에 3개를 더하면 5개가 된다는 사실이 우리 눈에 직관적으로 보이듯이 말입니다. 그래서 초등학교 때까지는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수학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중학교 수학은 이러한 초등학교 수학과 앞으로 배울 고등학교 수학의 중간 단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즉, 중학교 과정에서는 눈에 보이는 구체적인 내용과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개념이 함께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고등학교 수학에 이르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내용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고1이 되면 실수가 아닌 눈에 보이지 않는 수인 ‘허수’를 배우게 됩니다. 또한 사과를 더하는 것이 아니라 식끼리 더하거나 빼고, 심지어는 곱하고 나누는 법까지 배웁니다. 식끼리 나눈다는 것이 머릿속에 곧바로 그려지나요? 이처럼 고등학교 수학은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개념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렇게 추상적인 개념이 급격히 늘어난다는 점이 바로 고등학교에서 수학을 힘들게 느끼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공부시간을 늘려야 합니다.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며 바로 이해할 수 있었던 초·중학교 때와 달리, 고등학교 수학은 교과서를 여러 번 읽고 머릿속으로 수없이 되뇌어야 겨우 이해될지도 모릅니다. 개념 하나를 이해하기까지도 시간이 걸리고, 이를 익히는 연습 과정에도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게다가 상대평가 체제에서 변별력을 갖추기 위해 어렵게 꼬아 낸 문제들에 적응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고등학교 수학은 중학교 때보다 공부에 투자하는 시간을 압도적으로 늘려야 합니다. 사실 이는 국어나 영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마다 생각은 다르겠지만, 선생님의 개인적인 견해로는 인문계고 1학년이라면 매일 꾸준히 4시간은 국영수 공부에 투자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학원을 다니라는 말이 아닙니다

공부 시간을 늘리라고 조언하면 대뜸 “그럼 학원을 더 등록해야겠어요”라고 대답하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이 강조하는 공부 시간은 누군가에게 배우는 시간이 아니라, ‘스스로 다지는 시간’을 의미합니다. 만약 학교 수업이 충분히 이해된다면, 굳이 학원을 다니며 자습 시간을 허비하기보다 집 책상이나 학교 자습실에 남아 혼자 문제를 풀고 고민하는 시간을 늘려보세요. 나 자신과 싸우는 이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은 고등학생에게 꼭 필요한 역량입니다.

개념 이해가 어렵다면?

중학교 때 늘 수학 시험에서 만점을 받던 저조차도 처음 고등학교 수학 책을 폈을 때는 단 세 페이지를 이해하기 힘들어 당황했던 기억이 납니다.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넘어오면서 수학 개념의 난이도는 비약적으로 상승합니다. 누구나 당황하는 것이 당연할 정도입니다.
개념을 이해하는 방법은 반드시 하나로 정해진 것이 아니라 학생마다 다양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도 여러분만의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겠지만, 포기하지 말고 부딪히며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본인만의 수학 공부법을 깨우치길 바랍니다.
각자의 방식이 다르기에 선생님이 하나의 틀로 규정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지켰으면 하는 몇 가지만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첫째, 개념의 필요성을 이해하며 공부하십시오. 많은 학생이 이 개념이 왜 필요한지도 모른 채 억지로 정의를 외우고 기계적으로 문제를 풉니다. 그러면 재미도 없을뿐더러 문제가 어려워졌을 때 적용하기 힘듭니다. 예를 들어, 고1 때 배우는 ‘인수분해’, ‘조립제법’, ‘나머지정리’ 같은 개념들을 문제에 적용하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왜 이것들을 배우는지 먼저 이해하고 넘어가길 바랍니다.
둘째, 개념의 뜻을 정확히 암기하십시오. 이는 개념의 필요성을 충분히 이해한 뒤에 이루어져야 할 과정입니다. 왜 배우는지 알았다면 그 뜻을 정확히 외워야 합니다. 수학에서 정의를 올바르게 기억하고 공식을 올바르게 암기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셋째, 타인에게 설명할 수 있을 수준까지 공부하십시오. 노트를 정리하든 입으로 소리 내어 외우든 방식은 다양하겠지만, 그 끝은 누군가에게 이 개념을 설명할 수 있는 상태가 되어야 합니다.

개념은 알겠는데 문제에 적용을 못하겠어요

“개념은 알겠는데 문제에 적용이 안 돼요”라는 말은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푸념입니다. 이런 학생들은 보통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뉩니다.
첫 번째는 선생님이 개념에 대해 물었을 때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는 학생입니다. 즉, 본인은 개념을 안다고 착각하지만 실제로는 개념 이해가 부족한 경우입니다. 이럴 때는 개념을 진정으로 이해할 때까지(타인에게 설명할 수 있을 때까지) 다시 복습하면 고민이 쉽게 해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두 번째 유형은 개념은 올바르게 이해하고 있으나 그것이 문제 해결로 연결되지 않는 경우입니다. 보통 고등학교의 수능형 문제에 익숙하지 않아서 발생하는 일이며, 이런 학생들은 수능형 문제를 조금만 풀어보면 금방 적응합니다. 사실 개념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데 성공했다면 이미 큰 산을 넘은 것이나 다름없으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수능형 문제에 적응하는 과정은 학기 중에 선생님과 얼마든지 함께 극복할 수 있습니다.

수학 공부를 하고 싶지 않은데 해야 할까요?

수학 공부의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 못하는 학생들도 많을 것입니다. 재미도 없고 자신의 진로와도 무관해 보이는데, 과연 수학을 해야 할까요? 선생님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학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 이유는 전인교육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하는 데는 모두가 공통적으로 배워야 할 기초 소양이 있으며, 수학도 그 중 하나입니다. 소통을 위해 국어가 필요하고 글로벌 사회를 위해 영어가 필요하듯, 현대 사회의 합리적 사고에는 수학적 사고방식이 깊이 녹아 있습니다. 이익을 공평하게 나누는 가치관, 일의 프로세스를 기획하는 과정, 판단에 대한 논리적 근거를 대는 과정 등이 모두 수학적 사고에 바탕을 둡니다. 우리 교육과정에서 고등학교 2학년까지 수학을 공통과목(또는 필수 과정)으로 배치한 이유도 사회 구성원으로서 필요한 이러한 소양을 쌓기 위함입니다. 그러니 조금 어렵고 재미가 없더라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사고방식을 연습한다고 생각하고 참여해 보는 건 어떨까요?
두 번째 이유는 여러분의 진로 희망이 수학과 무관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내 진로에 수학이 없을 것이라 확신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선호되는 많은 직업은 대학에서 수학 학점 이수를 필수적으로 요구합니다. 취업 걱정이 적어 인기가 높은 공과대학의 경우, 생명공학을 제외한 거의 모든 전공생이 4년 내내 수학과 씨름합니다. 문과에서도 취업에 유리한 상경계열(경제, 금융 등)은 공대생 못지않게 수학을 배웁니다. 수학적 능력과 미래의 선택지가 어느 정도 비례하는 것이 우리가 마주한 현실입니다. 그러니 처음부터 포기하지 말고 한 번쯤 열정을 다해 배워보길 권합니다.

마무리하며

수학을 대하는 학생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뉩니다. 수학 공부에 대한 동기가 확실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입니다. 동기가 부족한 학생들에게는 앞서 이야기했듯, 먼 훗날의 선택지를 위해 일단 너무 놓아버리지 말고 수업 흐름을 따라오는 정도로라도 참여해 보라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반면 공부 의지가 충분한 학생들에게는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우선 수학 공부에 투자하는 시간과 노력을 대폭 늘리십시오. 그리고 개념 공부를 할 때는 ‘타인에게 설명이 가능한 경지’를 목표로 삼아 매일 꾸준히 정진하며, 여러분만의 수학 공부법을 발견해 나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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