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하기’가 수학공부에 도움이 되는 이유

수학 공부를 잘 하는 사람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요? 혼자서 책상 앞에 앉아 말없이 문제를 척척 풀어내는 고독한 사람의 이미지가 떠오를지도 모릅니다. 오늘 이 글에서는 이와 반대로, 서로 설명하며 배우는 것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설명하고자 합니다.

선생님의 설명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데 친구가 설명하면 훨씬 쉽게 느껴지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그 선생님이 설명을 잘 못해서 그런 것일까요? 수학교육학자 반 힐레(Van Hieles)는 수학 교사로 일하던 당시, 교사인 자신이 열심히 설명함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을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수학 학습 수준에는 다섯 수준이 존재하며, 서로 다른 수준에 있는 사람끼리는 의사소통에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에 따르면, 교사는 자신의 수준에서 학생들에게 설명하는데 학생들은 교사의 수준보다 낮은 수준에서 사고하기 때문에 교사의 설명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자연스로운 현상이라고 합니다. 이를 위해 그는 교사가 학생들의 수준을 파악하고 학생들의 눈높이에서 지도할 것을 권하였지만, 너무나 다양한 수준의 학생들이 섞여 있는 교실에서 선생님이 모두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데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는 듯 합니다.

반면에, 교사보다는 수준이 낮지만 자신과 수준이 비슷하거나 살짝 높은 친구의 설명은 더 귀에 와닿게 됩니다. 실제로 교사는 한 치의 오류 없이 정확히 설명하기 위해 형식적인 용어를 쓰고 직관적인 이해 대신 엄격한 증명을 통해 설명하곤 하지만, 선생님의 설명을 친근한 언어로 번역한 친구의 말은 비록 정확도는 떨어지지만 훨씬 직관적이고 와닿습니다.

반 힐레는 흥미로운 주장을 한 가지 더 했습니다. 수준을 건너뛸 수 없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학생이 1수준에, 교사가 5수준에 있다고 해 봅시다. 학생이 아무리 수학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해도, 2,3,4수준을 건너뛰고 5수준에 도달하는 것을 불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입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5수준에 도달하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라도, 일단은 1수준을 벗어나 2수준에 도달하는 것이 단기적인 목표가 되어야 할텐데, 그러면 2수준에 있는 친구와 토의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되겠지요. 즉, 자신과 비슷하거나 살짝 높은 수준에 있는 친구와의 대화는 학습에 큰 도움이 됩니다.

1수준에서 2수준으로 올라서면 이전에는 이해가 되지 않던 것들이 막연하게 이해되기 시작합니다. ‘아, 이제 무슨 말인지 조금은 알 것 같다’는 말이 나오는 순간이 이 순간입니다. 그러면 2수준에 올라선 친구들은 그 다음 단계인 3수준에 어떻게 도달할 수 있을까요? 3수준의 친구들과 토의하며 그들의 사고방식을 배우거나, 아니면 1수준에 있는 친구들에게 설명해주면서 발전이 일어납니다. 즉, 이전에 막연하게 이해되던 것이 분명하게 이해되는 순간이 오는데 그러면 2수준을 벗어나 또 다른 수준 상승을 맞이하게 되는 것입니다. 여러분도 무언가를 막연하게 알던 것을 친구에게 설명하고 나서야 비로소 분명하게 이해되는 것을 경험한 적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설명하기는 상대방 뿐만 아니라 자신의 수준 상승에도 도움이 된는 방법입니다.

발표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료를 읽기만 하는 발표가 아니라 정말로 청중을 이해시키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해야 하는 발표 말입니다. 발표를 할 때, 심장은 두근두근대고 입은 바짝 마릅니다. 특히 정해진 자료를 읽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다듬어서 내놓아야 하는 발표는 더욱 그렇습니다. 발표를 마친 날, 잠자리에 들어서도 계속 발표하던 장면과 긴장되던 분위기가 재생되지 않나요? ‘이렇게 설명한 것은 좋았던 것 같아.’라든가, ‘이 부분은 다르게 설명하면 더 좋았을 걸.’이라든가 하는 자가 피드백도 이루어지구요. 이처럼 자신이 했던 발표내용 중 상당수가 또렷이 기억나는 경험을 한 번쯤 겪어보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책상 앞에 앉아 선생님의 설명을 수동적으로 듣기만 한 수업 내용에 대해서는 잠자리에서까지 기억나는 일이 드물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 뇌는 정성들여 스스로 고민하고 설명한 내용을 수동적으로 듣기만 한 내용보다 훨씬 정확히, 오래 기억합니다. 발표 뿐 아니라 친구에게 설명하는 과정도 마찬가지이며, 설명하는 입장보다는 다소 덜하겠지만 설명을 경청하는 입장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즉, 서로 설명하며 배우는 방식은 기억의 측면에서도 우수한 학습방법입니다.

지금까지, 설명하며 배우는 방식이 수학 학습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살펴 보았습니다. 선생님 또한 수업 틈틈이 짝에게 설명하는 과정을 제공하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친구에게 설명하고, 또 반대로 친구의 설명을 들어보고 피드백하며, 자신의 수학 학습 수준을 끌어 올리는 데 활용해보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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