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디지털 도구 사용에 두려움을 느끼는 선생님들께

들어가며

얼마 전 있었던 수학교사 컨설팅 지원 때 나누었던 대화입니다.

나: 디지털 AI 도구를 배우고 싶으시다구요?
컨설턴티: 네. 특히 카훗을 배우고 싶어요.
나: 그건 5분이면 돼요. 먼저 챗지피티를 켜세요.
컨설턴티: 네.
나: 그리고 챗지피티에게 명령하세요.

“나는 학교 교사야. 지금부터 카훗을 사용하는 법을 하나 하나 차근 차근 알려줘”

또 얼마 전 있었던 다른 수학교사 컨설팅 지원 대화입니다.

컨설턴티: 나도 선생님 홈페이지 같은 개인홈페이지를 만들고 싶습니다.
나: 그건 아주 간단해요. 챗지피티에게 명령하세요.

“나는 홈페이지를 만들어 본 적이 없는 사람이야. 쉽고 무료로 개인 홈페이지를 만드는 법을 처음부터 차근 차근 하나씩 알려줘”

많은 선생님들이 쏟아지는 디지털 AI 수업 도구 속에서 조급함과 막막함을 느끼고 계십니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지금은 생성형AI를 켜 두고, 사용법을 하나 하나 알려달라고 하면 무슨 버튼을 눌러야 하는지까지 자세하게 알려주는 시대이니까요. 오죽하면 저는 생성형AI가 궤도에 오른 후 디지털 도구 연수를 들으러 가는 일이 대폭 줄었습니다.

한 가지 일화를 더 소개드립니다. 올해 고2 담임인데 아래 연수가 눈에 띄었습니다.

메뉴를 누르면 아래와 같이 세부 메뉴도 보여주네요.

고등학교 담임으로서 솔깃했습니다. 그런데 사설업체라 가격이 90만원이나 하네요.

저는 생성형 AI를 켜서 이 연수의 제목과 세부메뉴를 모두 입력했습니다. 그리고 물어보았습니다.

“이 연수 내용을 추측해서 나에게 하나 하나 차근 차근 알려줘

AI가 추측한 내용이 실제 90만원짜리 연수내용과 얼마나 비슷할지는 알 수 없으나 저는 AI의 설명을 통해 제가 원하는 부분을 배우는 데는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이렇습니다. 이제 웬만한 것은 AI가 다 알려줍니다. 물론 AI의 답변이 실제로 맞는지 판단하는 능력은 별도로 필요하지만, 카훗을 배우거나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것 정도는 AI에게 배우면 충분한 세상입니다.

디지털 도구를 배우는 것은 이런 방법으로 접근하시면 좋겠습니다. 꼭 설명을 듣고 머릿속에 넣으려 하지 마시고, AI를 튜터삼아 질문도 해 가며 직접 해 보는 것으로. 시험으로 치면 오픈북시험인 셈입니다.

설사, 기억 못하면 어떤가요? AI에게 또 물어보면 되죠. 느리면 어떤가요? AI는 한없이 기다려주는데요. 너무 몰라도 눈치도 안 주잖아요. 그러니 이제 더이상은 디지털 도구 사용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면 질문이 바뀌어야 합니다.

‘어떻게’가 아니라 ‘언제, 무엇을, 왜’

1.무엇을

처음에 컨설턴티 선생님으로부터 ‘카훗을 배우고 싶다’고 들었을 때 저는 너무 간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카훗을 배우고 싶으면 AI에게 카훗을 알려달라고 하면 그만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무엇을 배우고 싶은지조차 모르면 조금은 복잡해집니다. AI에게 무엇을 알려달라고 해야 할지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떻게”보다는 내 수업에 어울리는 도구가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사실, 이마저도 AI에게 물어볼 수 있어요.

“나는 학생들로부터 사진 형태의 과제물을 자주 받는 편이야. 그리고 학생들의 개별 과제물을 빔 프로젝터를 통해 전체 화면에 띄워 학급 구성원 전체에 공유할 수 있는 도구가 필요해”

이렇게 본인이 필요한 도구의 성격과 함께 질문하면 AI가 이에 알맞은 도구를 추천해 줄겁니다. 제 생각에는 패들렛을 추천해줄 것 같네요. 그러면 이제 그 때는 질문이 간단해지는 것입니다. “그러면 패들렛 사용방법을 하나 하나 차근 차근 알려줘.”

2.왜

이까지가 능숙해지면 서서히 자신감을 얻고 다양한 디지털 AI도구를 사용하는 선생님들이 많습니다. 그 중 일부 선생님들은 수업 장면 여기 저기에 다양한 도구를 사용하시기도 합니다. 종이에 적어 제출하면 되는 것도 AI 대시보드에 제출하게 하고, 직접 영작하면 되는 것도 AI를 통해 영작하게 하는 식입니다.

아래는 한 통합사회 수업의 세특입니다.

창업 프로젝트에서 만두 가게 창업을 기획함. 창업 계획서와 만두 광고 및 그 설명을 AI를 이용하여 제작하고 자막을 AI를 통해 재생하여 발표를 대신함. (하략)

이 선생님은 이 프로젝트에서 AI를 왜 쓰게 하였을까요? AI를 쓰지 않고 학생들이 직접 내래이션을 하고 계획서를 짜는 것이 교육적 목적에 더 부합하지 않았을까요?

AI, 디지털 도구를 쓰면 여러모로 편리함이 많아지는데 그 편리함 때문에 도구 사용이 옳다고 착각할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일수록 교육 전문가인 교사가 전문성을 갖고 이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왜 이 도구를 사용해야 하는지 올바르게 판단해야 합니다.

3.언제

교사를 하면 할수록 생물학적인 발달 단계 이론을 뛰어넘는 교수법은 없다는 것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학습 심리학자 브루너(Bruner)는 그 어떤 지식도 그 구조를 잘 가르치면 어느 아동이든 이해할 수 있다는 이론으로 대학교 수학을 초등학생에게 가르쳤지만 대실패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학교 현장에서도 그 어떤 훌륭한 수업도 아직 발달 단계 상 준비되지 않은 학생들에게는 와닿지 않고, 그 어떤 뛰어난 인성교육도 아직 양심이 발달하지 않은 어른 아이들에게는 이해되지 않습니다. 아무리 고차원적 인지기능을 가진 인간이라 해도 생물체로서의 한계보다 우선시되는 것은 없는 듯합니다.

도구 사용 역시 마찬가로 아동의 발달 단계를 고려해야 합니다. 구체물 조작을 통해 습득하는 시기인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중학교 저학년 시기는 충분한 구체물 조작 경험을 통해 가르쳐야 합니다. 전두엽의 발달로 형식적 이해 능력이 폭발하는 시기인 고등학교 고학년 시기에는 시각적 심상을 의도적으로 제한하고 식과 기호, 논리와 추상성을 가르쳐 고차원적 인지 발달을 도와야 합니다. 즉, 고등학교 고학년 학생들에게 식 처리를 쉽게 해주려고 클릭 몇 번으로 식이 자동으로 완성되는 어플을 제공하는 것은 발달 단계에 맞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즉, 교사로서 수업 도구를 선택할 때는 아동의 발달 단계에 맞게 언제 어떤 도구를 제공할지 판단하는 능력도 중요한 능력입니다.

마치며

디지털 AI 도구 사용법은 알고보면 오픈북 시험 같은 것이라서 사실은 전혀 고민할 거리가 못 됩니다. 정작 고민해야 할 부분은 ‘왜 사용해야하는가’, ‘언제 제공해야 하는가’와 같은 판단력이었습니다.

오늘부터 본인의 수업 스타일을 파악하고, 이에 맞는 도구를 AI를 통해 구하고, 도구의 적절성을 교사 본인의 교육관과 전문성을 통해 검증하시기를 바랍니다. 이 단계까지 꼼꼼하고 날카로운 고민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나서, 검증을 마친 도구의 사용법은 AI를 통해 여유롭게 배우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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