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수학을 처음 맡았을 때는 어떻게 수업해야 할지 참 막막했습니다. 이 과목을 세 번 가르쳐 보며 느낀 점을 정리해 봅니다. 다른 선생님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첫째. 내용이 어렵지는 않다
수학적 내용은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까다로운 미적분이나 벡터가 난무하는 고2, 3 수학에 비하면 교양수학에 가까운 느낌마저 듭니다.
둘째.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가 막막할 뿐이다
이 과목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그것은 수학적 난이도 때문이 아니라 낯선 과목에 적응해야 하는 불편함 때문입니다.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막막한 것을 ‘과목이 어렵다’고 착각하기 쉽습니다.
셋째. 학창 시절이나 대학에서 배운 적이 없다
수학 교사는 은연중에 학창 시절이나 대학에서 배운 방식에 의존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학창 시절이나 대학에서 접해본 적이 거의 없는 개념입니다. 경제수학, 심화수학, 고급수학 같은 선택과목이 상대적으로 덜 힘든 이유는 교사의 기존 배경지식과 겹치는 부분이 많기 때문입니다. 반면 인공지능수학은 그렇지 않다 보니 유독 낯설게 느껴집니다.
넷째. 프로그래밍은 필요 없다. 하지만…
교육과정 문서를 보면 프로그래밍 역량이 필수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의 구현에 쓰이는 ‘수학적 원리’를 가르치는 것이 핵심 목표입니다. 따라서 프로그래밍 없이 소신껏 수학만 가르치면 됩니다. 프로그래밍에 익숙하지 않다면 어설프게 활용하려다 수업이 산으로 가기 쉽습니다.
문제는 학생들의 기대가 다르다는 점입니다. 컴퓨터공학과나 인공지능학과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대거 수강하다 보니, OT를 하기도 전부터 프로그래밍 기반의 AI 프로젝트로 세특을 채울 궁리를 하고 옵니다. 교육과정상 프로그래밍이 필요 없는 수업인데, 학생들의 요구는 다르다 보니 여기서 오는 이질감이 있습니다. 결국 코딩 없이도 학생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질 높은 수학 수업을 위해 많은 교재 연구가 필요합니다.
다섯째. 유용한 도구가 많이 생겼다
다행히 2024년 무렵을 기점으로 프로그래밍 없이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디지털 도구가 많이 생겼습니다. 전에는 관련 도구가 빈약해 교사가 직접 코딩을 배워 활동을 구상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코딩 없이도 인공신경망의 은닉층이나 레이어 개수를 조정하고, 다양한 활성화 함수를 적용해 보는 실습 사이트가 잘 구축되어 있어 수업하기 훨씬 좋아졌습니다.
여섯째. 자율탐구보고서를 받았다가는…
이 과목에서 자율탐구보고서를 받으면 학기 말에 진땀을 뺄 수 있습니다. 정보나 프로그래밍 과목을 함께 듣는 학생들이 많아, 교사보다 코딩이나 AI를 잘 다루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AI의 도움까지 받아 수준 높은 보고서를 제출하면, 수학 교사 입장에선 이를 해석하고 이해하는 것조차 까다롭습니다.
하지만 스트레스받을 필요는 없습니다. 수학 교사가 고난도의 프로그래밍이나 AI 기술까지 다 알아야 할 이유는 없으니까요.
저 역시 자율탐구보고서는 웬만하면 받지 않습니다. 대신 수업 중에 유의미한 과제를 충분히 제공하여, 수업 활동만으로도 알찬 세특이 작성되도록 유도합니다. 만약 어쩔 수 없이 보고서를 받아야 한다면, 주제어를 인공지능수학 교육과정상의 용어로 제한합니다. 테두리를 정해 주어야 교사가 충분히 이해하고 평가할 수 있는 보고서가 들어옵니다.
선생님들께 나눔하고자 합니다.
인공지능수학을 가르친 것은 세 번뿐이지만, 모두 일반 수업이 아닌 ‘학교 간 공동교육과정’이었기에 더욱 애정을 갖고 깊이 있게 준비했습니다.
또한, AI 디지털 역량 관련 연수를 꾸준히 수강하고 강사로도 직접 출강하며 관련 경험과 전문성을 쌓아왔습니다. 9년 동안 프로그래밍을 해 온 교사로서 초반에는 프로그래밍 실습 비중을 대폭 높인 수업을 시도해 보기도 했고, 그 한계를 깨달은 뒤에는 수학 본연의 교육과정에 충실한 수업으로 돌아오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직접 부딪치며 얻은 인사이트와 구체적인 수업 방법, 그리고 실제 수업에 활용했던 자료들을 모두 공유하고자 합니다.
1)수업자료 : 고등학교 수학 게시판(클릭)에 들어가셔서 제일 하단의 인공지능수학 탭을 누르시면 제가 만든 교재와 실습코드를 무료로 로그인 없이 쉽게 파일 다운로드 가능합니다.
2)실습 또는 체험: 모든 수업이 항상 학생 중심의 활동일 수는 없습니다. 한 번씩 진행하면 좋을 실습이나 체험 관련 실시간 쌍방향 연수를 계획중입니다. chamingyung1@gmail.com으로 연수희망 의사를 보내주시면 조만간 연수 개설 시, 초청 연락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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