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가택연금
핍박받는 주인공을 할 수 있는 한 가장 우아하게 그린 소설이다. 비참, 수치, 비장, 비통함과 같은 무거운 감정도 없거니와 하다 못해 우울, 짜증,스트레스와 같이 부정적인 감정 중에서도 꽤 인간적인 수준에 속하는 수준의 감정도 없다. 주인공의 인격을 한 마디로 설명하는 문구가 소설 마지막 즈음에 나오는데 아래와 같다.
“우리 모두에게서 장점만을 찾아내는 사람”
이렇게 유쾌하고 긍정적이며 우아한 신사를 주인공으로 삼고 러시아 혁명을 그리기도 쉽지 않았겠다는 데서 작가의 노고가 느껴진다.
고전문학적 세련미
2016년 출판작이라 기대하지 않았는데 읽는 내내 고전문학을 읽는 줄 알았을 정도로 문체가 클래식하다. 호텔 레스토랑에서 셰프, 웨이터와 함께 와인, 요리에 대해 토론하거나, 손님들에게 식사를 내놓는 장면이 고급스럽게 그려진다. 미군 장교와 토론하는 장면도 백작의 지적 수준과 교양을 드러내는 장면으로 그려진다.
주인공의 성격
성숙하고 긍정적이며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다. 일단, 저급한 모욕에 휘둘리지 않는다. 뭐든지 ‘그러려니’하고 지나가는 단순한 성격인가? 하면 그렇게 단순한 성격은 아니다. 그러면 상대방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 일방적인 성격인가? 하면 자신을 모욕한 상대방을 끝까지 존중할 줄 안다는 데서, 그런 오만한 성격도 아니다. 아니면, 아가페가 넘치는 성스러운 성격인가? 하면 그렇게 비현실적인 성격은 아니다. 그도 인간적인 질투나 부끄러움을 가진 존재임이 드러난다. 충분히 화가 나고 슬퍼야 하는 상황에서 주인공을 너무 성스럽지도, 비현실적이지도 않으면서 동시에 품격 있게 그리기 위해 얼마나 애썼는지 가늠하기 힘들다.
신사가 딱 한 번 분노한다면?
무한히 긍정적인 백작도 딱 한 번 폭력을 쓰게 된다. 그 이유를 들여다보면 당연하다. 신사가 분노하고 폭력을 쓰게 되는 타이밍 역시 작가의 우아함을 보여준다. 소설이 길고 지루했지만 이 대목은 후련하고 스릴 있어서 소설을 끝까지 읽은 보람이 있었다. 특히, 전화벨이 동시에 울리는 장면은 두꺼운 책을 끝까지 읽어낸 데 대한 보상으로 적절할 정도로 카타르시스를 안겨주는 장면이었다.
미시카
주인공이 우아한 품위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성숙한 인격을 갖고 있어서 이기도 하지만 사회에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않아서 이기도 하다. 호텔 밖으로 한 발자국이라도 나가면 총살이라 호텔에 묶인 몸이라서 적극적으로 저항하는 데 한계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첫째, 호텔 안에서도 사회의 저명 인사들을 만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고, 둘째, 소설의 마지막을 생각한다면 이보다 더 적극적으로 더 일찍 저항할 수도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자신의 신념을 행동으로 옮겼던 미시카와 대비된다.
러시아 혁명
러시아가 사회주의 체제로 전환되던 시기를 그린 소설을 너무 우울하지 않게 읽고 싶다면 이 소설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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