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대중들을 대상으로 한 카이스트 석학들의 교양 강좌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교수님들의 구어체를 그대로 옮겨 놓아 책을 읽는 내내 정말로 강의를 듣고 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복잡계 연구
복잡계를 연구하는 것이란, 복잡계를 구성하는 요소를 모두 파악하고 요소 간 상호작용을 관찰하고 이로부터 보편적 원리를 추출하여 증명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책에 등장하는 국회의원 네트워크 분석을 예로 들자면, 국회의원 간 상호작용을 분석한 뒤, ‘n선 의원의 네트워크 파워는 비례상수 곱하기 n의 세제곱 플러스…’ 이러한 식으로 무언가 일반화시켜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했었다.
책에서는 복잡계를 연구하는 것은 전체 구성 요소와 네트워크를 정확히 알려 하는 것보다는 그런 자세한 내용을 다 무시하고 중요한 몇 개만 앎으로써 복잡계를 컨트롤하고자 하는것이라 소개한다. 자동차 연구를 예로 드는데, 자동차 운전을 위해 수많은 부품을 다 알 필요 없이 핸들, 엑셀러레이터, 브레이크 이 세가지만 알면 되듯이 네트워크 연구 또한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최근 활발한 연구 주제 중 하나가 복잡계의 이러한 중요 구성 요소, 즉 컨트롤 노드(control node)를 찾는 것이라 한다. 복잡계의 핸들, 엑셀,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노드를 찾아 이를 통해 우리가 원하는 방향대로 시스템을 조절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복잡계 예측 및 조절을 이 책에서는 빅 플랜(Big Plan)이라고 한다.
구글 신
구글 신 일화는 매우 흥미롭다. 2007대선 직후 구글에 각 대선 후보의 이름을 검색해 얻은 웹페이지의 수가 실제 대선 득표율에 거의 비례했다는 것이다. 나아가, 2008년 서울 시작 선거에서, 저자가 선거 전날 밤 구글에서 나경원, 박원순 후보의 이름을 검색했는데 각 후보에 관한 웹페이지 수가 각각 대략 4600만, 5400만개였고 이는 실제 46.2 퍼센트 대 53.4 퍼센트 라는 실제 선거득표율과 일치했다는 것이다.
구글이 가까운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가능할 만큼의 데이터베이스가 되었다는 뜻이다. 나아가, 대량의 양질의 데이터가 가진 잠재력을 보여주는 일화이기도 하다. 앞으로 양질의 대량의 데이터를 잘 모으고 활용할 줄 아는 것이 기업의 역량을 크게 좌지우지할 것이다.
암호
3부에서는 카이스트 물리학과 교수님이신 이해웅교수님이 양자정보학에 대해 강연한다. 무언가를 잘 아는 사람일수록 설명도 더 잘한다고 생각하는데, 평소 큰 병원에 갈수록 의사선생님들 설명이 쉬운 것도 그렇고, 이 교수님의 설명이 귀에 쏙쏙 들어오는 것도 같은 이치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이렇게 쉽고 재미있게 이해시켜 주는 교수님이라니. 대치(수학으로 치면 암호를 만들기 위한 일대일대응), 암호의 숫자화(예: ㄱ을 00에 대응), 모듈러 덧셈/뺄셈, 난수표의 필요성을 적절한 예시를 들어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한다.
고전암호와 양자암호의 차이
고전암호는 (이진법이라 전제할 때) 0100과 같이 이미 정해진 비트를 전달하는 방식인 데 반해, 양자암호는 |0>|1>|0>|0>과 같이 양자상태를 전달하게 된다. 언뜻보면 둘 간에 차이점이 없어보이지만 고전암호는 확정된 비트를 보내는 것이고, 양자암호는 관측자가 관측을 하기 전에는 정해지지 않은 양자상태를 전달한다는 것이 큰 차이점이다. 이는 고전암호와 달리 보안에 강하다. 그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이 정말 아름답고(?) 수학적이다.
양자암호가 보안에 강한 이유
송신자가 광원에서 광자를 하나씩 쏘아 보내고, 수신자가 먼 거리에서 편광판과 광자 검출기로 이를 수신한다고 하자. 보안에 취약하다면 중간에서 해커(책에서는 이를 이브라 한다)가 신호를 가로챌 수 있어야 한다. 즉, 어떤 편광 상태의 광자를 보냈는지를 중간에서 완전히 알아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양자역학의 원리에 따르면 다음이 성립한다.
“직교하지 않는 두 편광 상태는 100% 구별할 수 없다.”
편광 상태는 편광판을 통과하는지 여부로 일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예컨대 H(수평) 편광판에 통과하지 않는 광자는 H와 직교한 상태, 즉 V(수직) 상태임을 확신할 수 있다. 반면 H 편광판을 통과했다고 해서 그 광자가 반드시 H 상태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다른 상태가 확률적으로 통과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개념은 선형대수 관점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양자암호에서는 직교하지 않는 상태들을 섞어 사용하므로 이브는 보낸 상태들을 완벽히 알아낼 수 없다. 따라서 중간에서 몰래 가로채는 것이 본질적으로 어렵고, 이것이 양자암호가 기존 방식보다 훨씬 강력한 이유이다.
양자 알고리즘 – 그로버, 쇼어
이제 책은 양자 컴퓨팅으로 넘어가, 양자 알고리즘이 고전 알고리즘에 비해 얼마나 빠른지를 보여준다. n개의 전화번호 중 하나를 찾는 데 걸리는 탐색 횟수가 고전적 알고리즘에 의하면 n/2회 정도 걸리는데, 양자 알고리즘 중 하나인 그로버 알고리즘에 의하면 루트n 회면 충분하다 한다. 역시 양자 알고리즘 중 하나인 쇼어 알고리즘을 쓰면 그 효율은 더 막강해진다. 슈퍼 컴퓨터로 몇 달이 걸릴 소인수분해를 쇼어 알고리즘을 쓰면 몇 분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한가. 양자 병렬성 때문이다. 모듈러 2 덧셈(여기서는 f라 하자)을 양자 컴퓨터는 어떻게 처리하는지 살펴 보자. 고전 컴퓨터는 논리게이트를 이용해 f(0), f(1)을 하나하나 연산하는 반면에, 양자 컴퓨터는 논리게이트 대신 반파장 위상 지연기라는 것을 이용하는데 (어려우니까 다 생략하고) 간단히 이야기하면, |H>는 |V>로, |V>는 |H>로 바꾸어 주는 장치라 생각하면 된다. 그러면
f(a|H> + b|V>) = af(|H>) + bf(|V>)
=a|V>+b|H>
와 같이 연산할 수 있는데(선형 대수학에서 배운 선형성을 떠올리면 된다), 한 번의 처리만으로 두 계산을 한꺼번에 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양자 병렬성이라고 한다고 한다.
네 자리의 비밀번호가 맞는지 틀리는지 알아야 할 때, 고전 컴퓨터는 0000부터 9999까지 1만 개의 값을 하나씩 순차적으로 입력하고 확인해야 하는 반면, 양자 컴퓨터는 1만 개가 선형 중첩인 상태를 입력하면 어느 것이 맞는 비밀번호인지 한 번에 알아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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